로그북: 중첩기억
LOGBOOK: Layered Memories
PEXMA2025
김재익 김형수 박효진 서소형 윤대원 정의행 조경란 전승일
PIER CONTEMPORARY
2025. 03.24 — 03.15

Exhibition Statement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가 말하는 '매체를 재창안하는'예술가들은···기억을 되살려내고 그로부터 자신들의 표현성을 모색한다. 즉 이들은 자신들의 예술적 표현을 매체의 물리적 실체로 환원시키지 않고 그 매체에 담긴 미학적, 문화적 기억들을 환기시키며 이를 통해 기술적 수단의 지배에 함몰되지 않는 예술적 자율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복합문화공간 피어컨템포러리는 'Pier'라는 단어의 뜻처럼 현대예술의 바다에서 항해중인 아티스트를 위한 정박소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오가는 부두가 되길 기대합니다. 이러한 기대를 담아 제 4회 피어 영상제 pexma2025<로그북: 중첩기억>을 개최합니다. 본 영상제 역시 이전 영상제처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을 상영하며, pexma(pier experimental media art exhibition)라는 이름과 같이 기존 2D영상의 틀을 넘어선 실험적이고도 진취적인 작품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제 1회 피어영상제 pexma2022에서는 '모험적 출발'이라는 타이틀로 개막을 알리며 다양한 작품들을 상영했습니다. 제 2회 피어영상제 pexma2023에서는 '뉴 브리즈'라는 타이틀로 익숙한 정착지를 떠나 낯선 길 위에 서야만 맞이할 수 있는 새로운 바람에 대해 보다 집중적으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제 3회 피어 영상제 pexma2024에서는 항해를 떠난 이들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파도를 키워드로 'WAVE TO WAVE'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제 4회 피어 영상제 pexma2025에서는 항해 중 기록되는 항해일지(logbook)를 키워드로 기록되고 겹쳐진 기억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비평가 스벤 뤼틱켄(Sven Lutticken)은 크라우스의 "매체는 기억이다(the medium is the memory)"라는 전제를 이어서 "미디어는 단순히 도구나 기계들이 아니라 관습들의 겹침이며, 미디어의 기억들이 우리를 따라다닌다. 심지어 포스트-미디어의 시대에 더욱 그렇다"고 말하며 미디어의 사용에 있어서 기억이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합니다. 본 영상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 역시 미디어의 기억과 이를 활용한 기록들을 중첩해나가며 재시청각화합니다. 각각의 작품들은 신체와 움직임, 욕구, 삶과 죽음, 체험, 가상 또는 인공지능 데이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겹겹이 쌓인 기록과 미디어 기억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 영상제를 통해 실험적인 영상 및 영상설치 작품들이 제시하는 의도된 기록과 그로 인해 중첩되어진 기억들을 재추적해보며 일상에서 벗어나 '기술적 수단의 지배에 함몰되지 않은' 예술적 자율성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피어 컨템포러리 2025)
*참고: 김지훈, <매체를 넘어선 매체: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포스트-매체'담론>(한국미학회, 2016년 3월)
Artists who, as Rosalind Krauss suggests, “reinvent the medium,” seek to retrieve memory and from there explore their own modes of expression. These artists do not reduce their artistic expression to the physical materiality of the medium, but instead evoke the aesthetic and cultural memories embedded within it. Through this, they attempt to reclaim artistic autonomy that resists being subsumed by technological means.
Pier Contemporary, as its name implies, aims to function as a docking place for artists navigating the sea of contemporary art—a pier where creators of various disciplines can pass through and intersect. With this aspiration, the 4th Pier Experimental Media Art Exhibition, pexma2025: Logbook—Overlapped Memories, is held. Like previous editions, this video festival features selected works through an open call and, in line with the title pexma (pier experimental media art exhibition), showcases experimental and forward-thinking pieces that push beyond the conventional boundaries of 2D video.
The 1st Pier Video Festival, pexma2022, launched under the title Adventurous Departure, presenting a wide range of works. The 2nd edition, pexma2023, carried the theme New Breeze, focusing more deeply on the new winds that can only be encountered by leaving familiar ground and stepping onto unknown paths. In the 3rd edition, pexma2024, the exhibition titled Wave to Wave explored the inevitable waves faced by those who set sail.
The 4th edition, pexma2025, takes as its theme the logbook—a record of a journey at sea—to delve into accumulated and overlapping memories. Critic Sven Lütticken, continuing Krauss’s proposition that “the medium is the memory,” writes: “Media are not merely tools or machines, but layers of conventions. The memories of media follow us—perhaps even more so in a post-media age.” In this context, the works featured in this festival re-visualize and re-audiolize memories by layering records and the memories of media.
Although each work deals with diverse themes—such as the body and movement, desire, life and death, experience, the virtual, or AI data—they share a common thread in that they engage with accumulated records and media memory data to construct their narratives. This exhibition seeks to provide an opportunity to directly encounter artistic autonomy—one that escapes the domination of technological means—by retracing intended records and the overlapped memories they generate through experimental video and installation works.
(Pier Contemporary, 2025)
Exhibited work

김재익 / KIM, Jaeik
가장 기나긴 환멸
The Longest Disillusionment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5'50'', 2024
연고자도 없다, 알 수도 없다, 있으나 기피하기도 하는, 그리고 살아있는, 죽어가는, 죽어있는 사람들과 곧 소멸을 마주하는 스스로의 비화이기도 하다. 결국엔 이 사회에서의 주체 상실과 존재적 불안에서 느끼는 사적인 고통의 사유이자, 사회 이면에서 축척된 경험들을 함께 고민하고 성찰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 데이터들의 무덤은 생의 흔적이었는가 아니면 이 사회구조를 위해 생성되었던 물질의 산물에 불과했던가. 이 구조를 쌓아올린 인류는 과연 얼마나 생명의 존엄을 위해 도덕적 능력과 선의 개념을 가지고 있을까?" 영상은 실제 무연고자들의 생의 공간을 추적하고, 실제 기관에서 공지된 공고문을 바탕으로 제작하였다.

김형수 / KIM, Hyeong-Soo
The Objet: VR Experience
Digital Painting, Maneuvering with Oculus Quest 2 Equipment, 8'29'', 2023
본 작품은 '본다는 것'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감각과 물질의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조각과 페인팅을 활용해 환상적인 VR 공간을 창조하였으며, 관람자는 이 공간에서 시각과 촉각이 결합된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경험하게 된다. 200여 개의 오브제가 살아 숨쉬는 공간 속에서 체스를 두고, 음악을 바꾸고, 오브제를 조작하며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관람자는 감각을 확장하고, 예술과 경험이 결합된 몰입형 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박효진 / PARK, Hyojin
욕구에 대하여
About Needs
매체 융합 1인 마당극, 7'47'', 2023
배고픔, 갈망, 활동, 졸음, 호흡, 성, 체온조절, 배설... 인간은 매 순간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본능에 가까운 이 '하고 싶은 마음'은 생존과 직결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퍼포먼스 아트필름 <욕구에 대하여>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으며 어떠한 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는 인간의 생리적인 기본 욕구를 다룬다. 퍼포먼스 중 계속해서 어떤 결핍 상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를 채우기 위해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또 결여를 충족시키는 과정이 반복된다.

서소형 / SEO, Sohyung
컨텀소닉: 소리의 사유에서 찰라의 양상으로
Quantum Sonic: Form Auditive Perceptions to Ephemeral Aspects
사운드, 싱글채널 영상, 9', 2024
언어, 노이즈, 침묵, 목소리 등 환경 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설치, 영상 작업을 하며, 소리를 발굴, 발췌, 재배치하는 등, 소리의 재해석과 구성력에 중점을 두며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의 기억 속 청각의 경험을 영상물로 기록하여 양자 중첩, 관찰자, 불확실성의 개념, 입자와 파동에너지의 행동 양상을 영상과 음향예술의 영역에서 재발견하는 실험을 한다. 영상 속 실사 풍경은 스코틀랜드, 싱가포르, 제주도, 네덜란드이며, 양자 연구데이터를 애니메이션 하였다. 자막은 양자와 사운드에 대한 작가와 과학자의 대화 내용의 부분이며, 사운드는 양자 게이트인 냉각기의 작동 소리를 재구성하였다.

윤대원 / YUN, Dae Won
ADONAI
3채널 비디오, 7'12'', 2024(2022)
<ANONAI>는 가상의 절대자를 상정해 두고, 그에게 끊임없이 기원하는 인물을 담은 비디오 작품이다. 작품 속 인물의 몸짓은 갓난아이의 울부짖음과 같이 자신의 불안정한 상태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래픽 효과를 통해 끊임없이 중첩·반복·확장되어 나타난다. 테크노 사운드와 함께 강렬한 색채 대비를 이루어 개인의 신체성을 폭발적으로 뿜어냄으로써, 싸이키델릭(psychedelic)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사유하도록 이끈다.

전승일 / CHON, Seung-Il
Tree
AI 애니메이션, 4' 14'', 2024
<Tree>는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화작품을 발표하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한국의 리얼리스트 화가 김경렬 작가의 "나무그림"연작을 원작으로 하는 AI 예술영화이다. 본 영화는 일반적인 AI 플랫폼에서 생선된 이미지가 아니라 김경렬 작가의 실제 유화 작품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AI 영상 프로그램에서 동영상으로 확장적으로 생성하는 방법을 통해 제작되었다. <Tree>의 연출 컨셉은 잔잔하고 따뜻한 느낌의 신비로운 감성이다. 그리고 시적 이미지텔링을 통해 작가의 아트웍과 예술 철학을 영상에 담고자 노력했다. 그의 그림은 캔버스 천에 있지만 그의 작품의 예술미는 우리들 정신세계에 큰 울림을 준다.

정의행 / CHUNG, Eui Haeng
기억의 옵스큐라 에피소드1-3 : 생성 / 소환 / 연결
Obscura of memory episode 1-3 : generate / recall / connect
2채널 비디오, 빔프로젝터, 브라운관TV, 사운드, 컬러, 10' 12'', 2024
종로3가 낙원상가 앞, 옛 허리우드 극장을 지나다가 마주치게 된 '타이타닉' 손그림 간판. 간판을 보며 나는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고, 뇌 속에 존재하지만 떠오르지 않던 의미기억들을 소환한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소환되는 의미기억들은 서로 연결되고 점차 문장을 형성해 나간다.

조경란 / CHO, Kyung-Ran
wwemblbleyy
싱긍채널 비디오, 무음, 5', 2024
wwemblbleyy는 '파생 현실들이 서로를 참조하며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동시대 기술환경의 특수성'을 디지털 무빙이미지로 구현한 작품으로, 3d모델을 조금씩 다르게 조합한 구조가 순차적으로 재생된다. 끝나지 않는 두루말이 그림과도 같은 본 영상은 이미지와 입체, 도면과 장면, 대상과 화면이라는 상반된 경험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원본과 사본, 이미지와 실재, 실제와 가상의 구분이 사라지고 통합되어가는 오늘날 합성현실의 모습을 드러낸다.
Exhibition View








The Objet: VR Experience Full Time